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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류거점 이렇게 진화한다
    CEO Columns 2008. 9. 16. 00:22
    물류거점 이렇게 진화한다

    2008년 09월 15일 (월) 17:14 세계일보




    [이허브]한 달에 수차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김수연(28세, 가명)씨.

    김씨는 종종 상품을 주문하면 재고가 부족해 판매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고 포기하는 일을 경험하곤 한다. 또 결제를 마친 후에도 가끔 재고가 떨어져 배송을 할 수 없다는 판매자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이 비단 김씨만 겪는 일일까?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 김씨의 경우와 유사하게 당장 배송이 어렵다고 한다. 왜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걸까?

    쇼핑몰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해 최소 수량만을 보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체와 판매상들은 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원자재 확보에서부터 상품 제조와 판매에 이르기까지 최적의 과정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만약 수요예측을 잘못해 과다한 원자재와 재고를 가져가거나 긴급 운송이 빈번할 경우 추가 비용과 자금이 묶이는 곤란을 겪는다. 최근 산업전반에서 물류거점은 단순 상품보관 기능에서 벗어나 최적의 재고와 적시공급을 위한 기업 공급망 관리(SCM)의 핵심으로 조명 받고 있다.
    물류거점인 창고 운영이 예전처럼 한달이 넘게 화물을 적재하고 하역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 상품을 몇 시간 내 납품하고 끊임없이 사람과 상품 정보의 흐름을 쫓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대량 생산·납품의 산업 환경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구조가 변화한 데 따른 현상이다.

    급변하는 물류거점을 조명하고,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반으로 국내외 거점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배송·레이블링·포장·운송통보 등 다양한 부문 떠맡아

    ◆물류거점의 진화 과정= 세계적 물류기업 UPS는 물류센터야 말로 물류서비스의 필요악이라고 표방한 바 있다. 화물이 물류센터를 거치면 거칠수록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켜 서비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물류센터는 급격한 변화의 길을 모색하면서 효율의 극대화, 재고의 최소화, 정보 가치의 극대화를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유연성을 확보한 물류센터는 블루오션 시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데 반해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존의 단순 창고에 머무르며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애물단지 일 수밖에 없다.

    현재 물류거점은 단순 보관수준을 넘어 제품 임가공과 조립, 재포장, 시스템을 통한 적재 적시 배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정보기술과 시스템이다.

    물류센터 관리시스템 벤더들은 새로운 시스템 이용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리시스템은 SCM(공급망관리), ERP(기업자원관리), CRM(고객관계관리)와 TMS(수배송관리시스템) 등 여타 기업들의 IT 기술과 통합해 진화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일찍부터 물류서비스가 발달한 유럽은 수·배송 개념의 EDC(European Distribution Center)에서 부가 서비스 개념의 ELC(European Logistical Service Centre)로 진화했다.
    EDC는 물류창고에서 여러 국가에 제품을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는 효과를 발휘해 왔다. 그러나 제품의 보관, 배송 기능만으로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기업들은 기존 EDC에 재고관리·통관·주문·수리 등 공급망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추가한 ELC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물류거점은 국가기반시설…제조업 수준 지원 있어야”

    한국창고업협회 김필립 전무는 ELC의 주요 기능은 기존 원웨이 서비스 방식에서 양방향을 지향하는 R&R (Reverse & Repair)서비스 개념으로 이는 기존 제조자→소비자의 반대인 소비자 →제조자 방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즉 R&R 기능은 기다림 없이 고객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고 결함 있는 제품을 수거해 수리하거나 교환해 주는 고객 요구에 맞춘 눈높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역시 물류거점이 단순 창고역할을 벗어나 기업 공급망 관리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소매업체가 대규모 제품을 매장에 보관하지 않고, 업체로부터 다양한 제품을 자세한 레이블과 포장된 상태로 빈번하게 공급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류센터는 크로스도킹(상품이 열차나 트럭에서 회사 운송차량으로 곧바로 옮길 수 있도록 한 시스템으로 컨베이어벨트로 자동분류함으로써 신속하고 저렴한 배송이 가능), 레이블링(제품설명 스티커 부착), 포장, 운송통보, 반품 처리까지 다양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발달로 각 창고는 적시공급(Just In Time) 등 신속성을 요하고 있다. 물류전문가 크리스 뉴튼은 인터넷을 통한 대규모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선 각 물류거점이 공장처럼 자동화 장비로 하루 50만 건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거점 진화 사례= 미국 포틀랜드항 소재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수입품 관리센터는 2800 에이커 규모의 터미널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운송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이 업체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2000년에 추가 인력 없이 창고 규모를 두 배로 늘렸으며, 1만2000 상자 분의 의류를 8시간 내 분류, 재포장할 수 있게 됐다.

    포틀랜드 항 리버게이트 산업공원은 물류와 제품생산 기지의 이점을 살려 놀스트롬, 파커 하니피닌, 프랑스의 알카텔 섭머린 네트워크, 일본의 시키시마 등의 기업들을 끌어 들였다. 1995년 271만 스퀘어피트(25만1630㎡, 7만6000평)이었던 공원 내 물류센터와 물류거점 면적은 2000년 말에 586만 스퀘어피트(54만3500m2, 16만4700평)로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리버게이트를 통해 수출입 되는 품목도 의류, 장난감, 가구, 식품류 등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A&M 웨어하우스 마이크 오말리는 리버게이트 산업공원 내 소재한 컨테이너 터미널 외에 여타 서부지역 항구보다 혼잡도가 덜 한 것이 포틀랜드 항의 물류기지로 성공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의 군사기지 폐쇄계획에 따라 사라진 캘리포니아 빅터빌 소재 조지 공군기지 자리에 4000에이커 규모의 비즈니스 산업 공항단지가 들어섰다. 사우스캘리포니아주 제 2의 국제관문이 될 이곳은 2000년 8월 자유무역지구로 지정됐다. 이 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은 굿이어 타이어의 생산과 배송 기능을 담당할 엑셀 로지스틱스와 보잉, 수미든 와이어 등이다. 또 1989년 12월에 개장한 포트워스 얼라이언스공항은 세계 최초의 산업공항으로 변모하고 있다. 얼라이언스텍사스로 개명한 이 공항은 1만5000 에어커 규모의 산업·상업단지로 북부 텍사스 유일의 자유무역지구이며 세계 유명 기업들이 입주, 물류기지로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국토해양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물류창고의 기능과 역할, 선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물류거점의 핵심은 패러다임 변화다. 단순 보관기능에서 고부가 물류서비스로의 확장, 즉 물류거점을 기반으로 산업 전반에서 공급망 관리의 모든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는 물류거점이 다순 지원시설이 아닌 국가 기반 시설로 확대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류거점도 제조업 수준과 버금가는 법제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3PL 비즈니스에서 기존 컨설팅, 정보시스템, 물류센터 운영 능력 외에 친환경적 물류센터 운영을 새로운 4번째 중시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 절감 등 그린 물류정책은 이제는 선택이 필수항목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 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해외 물류거점 확보와 물류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의한 물류시설 개발이 필요하며, 동북아 시장에서 확고한 위상 확보, 신흥 개발시장으로의 네트워크 확대, 최대 소비시장인 유럽과 북미에서의 입지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물류표준화 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정우 기자 jws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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